오늘 아주 재미난 체험을 했다. 바로 Running of the brides 긴 말 할 것 없이 동영상을 보자. Friends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The one with Monica's Wedding Dress
간략히 요약하자면 모니카가 웨딩샵에서 자신에게 맞는 드레스를 본 후 브루클린에서 하는 드레스 세일에 전투적으로 (ㅋㅋ) 임하는 내용이다. 오늘 나는 모니카를 돕는 친구 역할이었다. 프렌즈를 봤기에 대충 어떨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갔지만, 일단 도착하는 순간부터 모든게 상상 그 이상이었다.ㅋ
좀 길어요
행사가 아침 8시부터였기 때문에 당사자는 새벽 5-6시쯤부터 줄을 선다고 했다. 난 7시 좀 넘어서 도착했는데, 이미 이런 상태였다.
큰 블럭을 반 바퀴 넘는 길이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방송국에서 촬영을 나와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체티를 맞춰 입고 팀을 이루고 있었고, 머리에는 인파 속에서도 서로를 잘 알아보기 위해서인지 풍선 달린 머리띠나 장난감 왕관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단체티에는 보통 "오늘 ㅇㅇ의 드레스를 구해야 합니다!!" "ㅇㅇ의 드레스는 사이즈가 XX에요!!" 라고 자신들이 직접 쓴 문구로 가득했다. ㅋ
오늘 함께한 일행들. 왼쪽이 새로운 신부이고 오늘이 두 번째 만남 ^^ 위쪽은 그 분의 친구로 오늘 처음 만남^^ 그리고 오른쪽 핑크색 티셔츠가 나이다. 다들 새벽부터 나오느라 상태가 메롱이라 여기까지 ㅋㅋ 암튼 다들 그렇게 초면이지만 합심하며 자신의 아줌마 기질을 백분 발휘했다. ㅋㅋ
들어가기 전 우리는 주인공이 원하는 디자인과 브랜드를 숙지하며 투지를 다졌으나, 역시 드라마와 현실은 달랐다.
우리의 상상 속 가게 모습은 아래 사진처럼 드라마와 다를 것 없었다.
하지만 위 사진은 한 바탕 전쟁이 치뤄진 후 직원들이 드레스들을 제자리에 갖다놓은 후이다. 부푼 마음을 안고 뛰어 들어간 우리를 반긴 현실은 텅빈 행거들... 너무 경황이 없어서 찍지 못 했는데, 정말 단 한 벌도 드레스가 없었다. -_ -; 암튼, 한국이나 미국이나 독한것들(?)의 투지는 언제나 남다르다. 알고보니 아까 단체티 입은 사람들이 옷걸이까지 통째로 드레스를 싹쓸이했다. 그리고 드레스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그 뒤에서 주인공은 속옷만 입은채로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_ -!!!! 그리고 그 주변인물들은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디자인이 영 아닌 것들만 인파 속으로 던지고 있었다.
오오. 원래 가까이하면 닮는 다잖아? 나도 어느새 독한것이 되어서 내 덩치의 두 배 이상되는 사람들과 치대며 -_- 던져지는 드레스를 한 벌이라도 잡기 위해 허공으로 손을 뻗었다. 입장 전 숙지했던 디자인? 브랜드? 사이즈? 다~~~~~~~~ 필요없다. 어떻게든 하나라도 건져서 사람들과 거래라도 해야한다. ('라도'의 반복으로 인한 간절함이 느껴지는가.)
우리가 정말 아무 정보도, 준비도 없었다는 것이 가장 절실하게 느껴졌던 순간.
사람들은 자신의 원하는 디자인과 사이즈가 적힌 팻말을 들고 "size 4 or 6! A line!" "size 34! Mermaid line!" 외쳐댔다. (34는 내가 헛들은것이길 빈다....; 참고로 드레스는 사이즈가 좀 작게 나온다.)
진짜 도때기 시장이 따로 없었지만, 세상 모든 아줌마스러운 여자들은 다 똑같다는 걸 깨달은 하루였달까. ㅋㅋ 제일 재밌었던건 사람들과 딜 하는 과정이었다 ^^ 거래를 하는데는 인종? 나이? 국적? 이런거 전혀 못 느꼈다. 날아가는 드레스를 잡아채 건져 획득한 드레스의 디자인과 사이즈가 곧 나의 힘이었다.ㅋ 자주는 아니지만 평소엔 피부색만으로도 내가 무시당하는 건가 싶을 때가 있는데. 오늘만큼은 정말 백인답게 생긴 젊은 아가씨가 계속 왔다갔다하며 우리가 확보한 드레스를 갈구할 때의 그 뿌듯함.. !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후. 이때까지도 비키니만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서슴없이 속옷만 입고서 드레스를 입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이 날 만큼은 양심도 버렸는지, 가게에 있는 끈없는 브라를 그냥 입고 드레스를 입어보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참고로 filene's basement는 평소에 옷, 신발, 액세서리 등을 할인된 가격에 파는 상점이다.)
우리가 열심히 딜하는 과정에서 이미 원하는 드레스를 획득한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종종 계산대에서 들려왔다. 아니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프로모션에 당첨이 된겐가!!!! 하고 살짝 시기와 부러움을 가졌었지만.. 알고보니 오늘 드레스 획득한 사람들이 계산할 때 "어디서 온 누구, 드레스를 건졌습니다!!" 라고 직원이 방송하면 주변 일행이 환호를 해주는 것이었다. ㅋ 한 비명하는 내가 아닌가, ㅋㅋㅋ 하지만 얌전하게 환호성까지만 했다^^
오늘 건진 드레스 ^^
아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 드레스 정말 너무 예뻤다~ 나도 하나 갖고 싶었지만... 난 다음 기회에!!
오늘 첫 경험이었는데,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고 다음 번에 오면 좀 더 잘해야지!! (도대체 언제 또 갈 생각이람?!)라는 마음가짐이 생겼다. 오늘 내가 느낀 팁들을 좀 전수하자면
- 도와줄 친구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최대한 일찍부터 기다려서 옷걸이채로 드레스를 긁어모아 수량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라!
- 단체티, 모자, 팻말 등을 활용해 자신의 사이즈와 원하는 디자인을 알릴 수 있는 도구들을 챙겨라! 진정한 승부는 딜에서부터다!
- 드레스는 작게 나오는 편이므로 샵에서 입어봤던 사이즈보다 2단계 큰 드레스를 집어라! 그래야 예쁜 핏이 나오게 가봉할 수 있다. 참고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던 사이즈는 4~10이었다.
드라마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던 경험을 하고 나니 너무 재밌어서 처음으로 이렇게 길게 포스팅을 해봤다. 그런데 넘 길어서 읽는 사람들이 좀 지루할 것 같다. 재밌게 쓰려고 노력했는데, 난 아직 갈 길이 먼 듯 ㅠ!!



